제가 신입때 다녔던 회사는 다행스럽게도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고 팀웍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각 디자이너들은 사수가 있었고 사수를 통해 맨투맨으로 관리받고 배움을 사사받았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제게는 딱이였죠. ^^;;

또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게 습관이였습니다. 이슈가 될만한 디자인이나 플래시 사이트가 나오면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죠.(모두가 친절하지만 절대 떠먹여 주지 않는 정글이나 군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환경은 입사 당시에 우물안 개구리와 다를바 없었던 제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였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직함은 모두 빼고 "선배'로 통일했습니다.)

처음 사수였던 선배Y는 벤치마킹을 할때나 스스로 공부하는 본인의 노하우를 알려줬었습니다. 게으르고 건방진 저를 잘 참아 주셨죠.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했던 선배에게는 제 존재가 아주 고역이였을껍니다. 후후..
제 입사 동기의 사수였던 - 종아리 빼고 - 몸매도 S라인 인 선배S는 스토리보드 등의 기획문서를 이해하고 디자인으로 재구성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던 동시에 내가 고민하는 부분을 들어주고 디자인에 대한 별 의지가 없던 제게 "디자이너"다운 생각을 갖도록 해줬습니다. 사수는 아니셨지만 정말 고마운 분이죠. 암것도 모르는 저를, 제 이야기를 가장 진지하게 들어준 분이셨으니까요.
또 한명의 선배 H는 저와 같이 지낸 시간이 적었지만 제가 크게 배운 선배였습니다. 제 눈에는 리더적 존재였던 그 선배는 기본도 채 없던 제게 가독성이나 주목성 같은 기본적인 것 부터 색상과 타이포, 메타포 등을 신랄하게 알려 주셨죠. 부끄러운 제 작업물을 펼쳐눃고 말입니다. 그 선배 앞에서는 제 작업물이 마치 1픽셀처럼 한없이 작아졌더랬습니다.
그리고 L선배님은 실무 작업에 대한 노하우라던가 직접 작업하시는 노하우를 통해 작업 속도나 자료 정리 등등 정말 실제 업무에 필요한 부분들을 일일이 알려 주셨습니다. 덕분에 속도가 많이 빨라지고 실수나 오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간간히 던져 주시는 "내가 옛날엔 이런 경우가 있었지 ~" 스토리는 돈주고도 못들을 것들이였습니다.
음... 그리고 다른 선배 C는 디자인에 관한 배움이라기 보다는 좀 독특한 경우인데 업체미팅, 상담시 대응법이라던가 상황에 따라 해야할 처세, 팀간 조율 뿐 아니라 상황에 따른 "결재 요청 하는 법" 까지 알려 주셨죠. (총무팀과 친하게 지내는 법도요.. ㅋㅋ -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더군요..)

그 다섯 선배가 존재했던 시간의 회사 분위기는 비록 사원이라도 얼마 든지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찮은 생각이라도 들어주고 신입의 모자란 생각에는 살을 덧붙여 주기도 했었습니다. 항상 토론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개개인의 능력이 성장할 때마다 도드라지게 보이는 분위기는 동기들 간에 긴장감에 더하여 항상 부지런하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선배들이 퇴사하면서 그러한 분위기가 없어졌던걸 보면 사람으로 일하는 회사는 사람이 정말 모든 것이 될수 있겠더군요)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증명할 수 없지만 위 선배들이 제 기본 바탕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단단히 굳은 기반이 되어 지금도 항상 생각하고 습관처럼 베어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짧은 경력에 팀장이 되어 신입을 가르쳐야 했던 상황이 왔을 때 다섯 선배에게 배운 것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제가 배운 많은 부분들은 나름의 제것이 되어 신입들에게 그 다섯 선배들처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섯번째 선배가 되어내가 무얼 가르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타인의 디자인을 읽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분좋고 책임감도 느껴지는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기분 좋은 일이였구요.

그리고 다시 팀장이 아닌 팀원이 된지가 햇수로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신입때와는 달라진 제가 새로운 팀장님에게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참 즐겁고 긴장되고 신나는 일입니다. 지금 제가 모시고(?) 있는 팀장님께는 마치 제가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문이라는 표현이 웬지 어울릴 것 같네요.

신입이 아닌 제게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며 몰랐던 부분을 공부하지 않고는 못베기게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팀장님은 제가 이것 저것 찾아보고 공부한 다음에 가서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하게 됩니다. (마치 도전하듯 질문했다가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게되고 사용자를 배려한 유저빌리티를 고민하고 또한 판단력과 기획력을 비롯한 많은 것들을 배워가게 되었습니다. 다섯 선배들이 제 그릇을 꽉꽉 채우게 했다면 여섯번째 선배님이신 지금 팀장님은 제 그릇을 키워주시는 분이라고 감히 말하게 되네요. (지난번 포스팅에 썼듯 알을 깨고 더 큰 알에서 성장하는 일)

물론 디자인을 누가 알려준다고 될일은 아니죠. 단순 사무일은 아니니까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을테고 시각적인 차이나 기타 가치관들이 극명하게 다를테니까요. 하지만 제게는 운명인듯, 짜여진 노선인듯 최고의 -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 선배님들은 저를 항상 자극하고 성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겐 어떤 선배가 있었나요? 혹은 어떤 선배이신가요?

PS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선배가 알려주는건 한가해서도, 심심해서도 아닙니다.
남을 위해 귀한 업무시간 쪼개는건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고맙게 여기며 귀담아 들읍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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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리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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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홍홍 2008/06/10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같이 일하는사람이 어떤사람인지도 무지무지 중요해~

    너 힘들다 힘들다해도 좋은사람이 곁에 많이들 있었네~ 그게 연봉보다 큰재산일수도~^^

    • BlogIcon 정리정돈 2008/06/10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봉보다 큰 재산이면서, 연봉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
      선배들에 관한 포스팅을 하다보니, 정말 사람이 재산이라는 생각이 드네.. 개인적으로든, 회사에서든..

  2. 유니 2008/06/10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한테 도움될사람 안될사람 구분하며 사람을 만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영양가(?)없는 사람만 만나고 그럼 안되겠지??ㅋ

    난 너에게 개인적으로 큰재산인 존재이뉘???ㅋㅋ

    난 너에게 넌 나에게 .. 서로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존재이기를...ㅎ

  3. 황장군 2008/06/10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험과 지식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준다는건 쉬운것같으면서도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많은것은 나누어주고 싶지만..미천한 경험과 짧은 지식에 부끄러울뿐이지요...^^

    • BlogIcon 정리정돈 2008/06/11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선배들에게 내가 많은 것들을 배웠기 때문에 항상 후배에게 갚아야 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리고 황장군님의 마음이라면 후배님들도 분명 고마워 할 것 같네요. 블로그 주소 남겨 주시면 자주 방문하고 저도 배우고 싶네요. ^^